수치만 봐도 인상적이다. 2026년 7월 2일 Crunchbase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 조달은 2026년 상반기 단 6개월 만에 5,100억 달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된 4,40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그러나 이 총액은 핵심을 가린다. 인공지능이 자금을 빨아들이고, 소수의 미국 기업들이 이를 나눠 가지며, 유럽과 프랑스를 포함한 나머지 세계는 이 재분배의 흐름에서 사실상 배제된 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이름만으로 설명되는 기록
세부적으로 보면, 2026년 1분기는 Crunchbase가 집계한 역사상 가장 큰 분기였으며, 3,050억 달러가 투자됐다. 2분기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역대 두 번째로 큰 분기였다. 5,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2,050억 달러가 집행됐다. 흐름은 분명히 강하다. 동시에 그만큼 집중도도 높다.
이 2분기 동안 Crunchbase는 스타트업에 투자된 전체 자본의 70% 이상이 AI 중심 기업으로 흘러갔다고 밝혔다. 1년 전에는 이 비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불과 1년 사이 AI는 유망 산업에서 글로벌 자금의 대다수를 흡수하는 자석으로 바뀌었다.
Anthropic, 집중이 극단으로 치닫는 사례
집중은 산업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한 기업에까지 수렴한다. Crunchbase는 이를 숨기지 않고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2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 조달의 거의 3분의 1이 단 한 기업, Anthropic으로 갔다.” Anthropic은 2026년 5월 28일 65억 달러 규모의 H 라운드를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포스트머니 기준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에 도달해 상징적 기준선인 1조 달러에 거의 근접했다.
다만 이 거대한 숫자에는 두 가지 보정이 필요하다. 첫째, 이 65억 달러에는 기존 hyperscaler의 약정 150억 달러(이 가운데 50억 달러는 Amazon)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로 새로 유입된 자금은 그보다 약 300억 달러 적다. 둘째, Crunchbase Unicorn Board 기준 Anthropic이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 기업’ 타이틀을 되찾은 것은 두 가지 변화가 겹친 결과다. SpaceX가 상장으로 인해 순위에서 제외됐고, Anthropic이 OpenAI를 제쳤기 때문이다. 즉, 이 정점은 부분적으로 착시 효과이기도 하다. Unicorn Board는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기업만 집계한다.
그럼에도 규모는 압도적이다. OpenAI와 Anthropic 두 기업만으로 상반기 2,170억 달러를 흡수했으며, 이는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금의 43%에 해당한다. 소수의 최상위 연구소가 벤처캐피털 지형 자체를 다시 그리고 있다.
미국에 두 쪽: 자본의 지리학
세 번째 집중은 지리적 차원에서 나타난다. 2분기 기준 스타트업 자본의 3분의 2가 미국 기업으로 향했다. 수치만 보면 1분기 83%에서 하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연초 Anthropic의 초대형 조달이 미국 비중을 기계적으로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2분기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한 16개 기업 가운데 8곳은 미국, 4곳은 아시아, 4곳은 유럽 기업이었다.
무엇보다 더 말해주는 사실은 따로 있다. Crunchbase의 상반기 결산에서 프랑스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파리도, 어떤 프랑스 기업도 5,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록이 조망되는 장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버블인가, 구조적 집중인가?
버블이라고 해야 할까? 한 기업이 한 분기 자본의 3분의 1을 가져가고, 두 기업이 상반기 전체의 거의 절반을 흡수한다면 그 질문은 충분히 타당하다. 하지만 비이성적이고 광범위한 과열이라는 의미의 버블 가설은 사실과 잘 맞지 않는다. 자본은 점점 더 선별적으로 움직이며, 기초 계층을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극소수의 승자에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다양성보다 과점 형성을 전제로 베팅하는 구조적 집중에 가깝다.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버블 붕괴의 위험에서 몇몇 공급자에 대한 의존 위험으로 이동했을 뿐이며, 이 문제는 이미 규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흐름은 더 긴 추세 위에 놓여 있다. 이미 2024년에 생성형 AI 투자 규모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고, 2026년은 그 논리를 수치상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과 프랑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유럽의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자금 격차는 이제 규모의 문제로 읽힌다. 2025년 AI 분야에서 유럽이 확보한 비중은 전 세계 투자액의 약 5%, 즉 59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미국은 970억 달러로 약 89%를 차지했다고 France Digitale-EY 지표는 보여준다. 따라서 Anthropic의 H 라운드 단일 건만으로도 유럽 전체 AI 벤처캐피털 1년치의 10배가 넘는다.
프랑스의 대표 기업은 이 격차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Mistral AI의 최근 확정 라운드는 2025년 9월 네덜란드의 ASML이 주도한 17억 유로 규모 C 라운드였으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는 117억 유로, 약 140억 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Anthropic 가치의 약 70분의 1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점은 불과 2년 전 Anthropic이 7억 5,000만 달러 조달을 목표로 했다는 사실이다. 30개월 만에 9,650억 달러 가치에 도달한 궤적은, 유럽이 경험하지 못한 가속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지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5년 프랑스는 AI 조달 금액 기준으로 유럽 1위를 차지했으며, France Digitale-EY 바에 따르면 24건의 거래를 통해 21억 달러를 유치해 영국과 독일을 앞섰다. 그러나 이 상대적 활력은 매우 좁은 기반 위에 서 있다. Mistral의 조달이 없었다면, 2025년 프랑스 벤처캐피털 감소폭은 실제 확인된 5%가 아니라 26%에 달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세계 시장이 Anthropic에 의존하는 것만큼이나 단일 챔피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자신이 겪는 집중 현상을 비추는 불편한 거울이다.
정책적 대응, 그러나 시차가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맞서 유럽은 공공 정책을 택했다. 2025년 2월 11일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InvestAI를 출범시켰다. 이는 AI 분야에 2,000억 유로를 동원하고, 그중 200억 유로의 공공 기금으로 4개의 AI ‘gigafactory’를 지원하려는 이니셔티브다. 목표는 분명하다. 주권적 컴퓨팅 역량을 복원하고 비유럽 공급자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정이다. 이러한 gigafactory는 2027~2028년에나 가동이 기대되는 반면, 미국의 민간 자본은 이미 배치돼 제품 우위를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은 미래형 계획으로 현재 진행형 집중에 맞서고 있다. Atomico 보고서가 지난 10년간 약 3,750억 달러로 추정한 대륙의 누적 투자 부족분은 발표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다.
자본은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 AI로 몰리고 있지만, 그만큼 유럽으로는 덜 흘러들고 있다. 구대륙에 남은 것은 국방,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툴링 같은 실질적인 틈새 영역과 활발한 스타트업 풀이다. 하지만 게임의 규칙은 이제 다른 곳에서 정해진다.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는 이렇다. Anthropic이 상징적 1조 달러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아직 남겨둔 350억 달러는, 2025년 유럽 전체가 확보한 AI 벤처캐피털의 거의 6배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