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는 Poppy라는 이름의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자사 전체 행정에 전면 도입한다. California Department of Technology (CDT)는 이를 해당 날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조치로 설명했으며, 2025년 9월 29일 시작된 시범 운영 단계는 이로써 종료된다. 특히 이 플랫폼은 공공부문에서 생성형 AI를 배포하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데이터 주권, 공급업체 종속성,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설계 단계부터 전제 조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자사 공무원들이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프랑스나 유럽 행정기관이라면,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Poppy, 여러 모델을 위한 단일 인터페이스
CDT는 Poppy를 단일 공급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vendor-agnostic, 즉 특정 벤더와 연결되지 않은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소개하며, “캘리포니아주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언어 모델에 접근할 수 있으며, 각 기관은 Claude(Anthropic), Gemini(Google), GPT(OpenAI), Nova(Amazon) 등을 상호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행정 당국은 이를 두고 “벤더 종속이나 계약 재협상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적용 범위는 의도적으로 사무 행정 업무에 한정된다. 문서, 보고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자료 작성, 대규모 데이터나 복잡한 파일의 요약 및 분석, 공신력 있는 공개 출처를 바탕으로 한 규정 및 정책 지침 검색 등이 대표적이다. Poppy는 생산성 향상을 돕는 보조 역할에 머물며, 행정적 의사결정의 자동화는 명시적으로 제외된다. Gavin Newsom 주지사도 2026년 6월 29일 보도자료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다. “AI는 행정의 인간 노동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대신 우리 직원들이 더 빠르게 일하고,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설계 단계부터 반영된 세 가지 안전장치
이 시스템의 핵심 가치는 도구 자체보다 신뢰 아키텍처에 있다. CDT는 어떤 행정기관이든 이런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전에 반드시 요구해야 할 세 가지 보장을 제시한다.
데이터는 주 정부 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
“Poppy와 공유된 정보는 캘리포니아의 신뢰 환경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고 CDT는 밝힌다. 이 플랫폼은 일반 대중용 서비스가 아니라 주 정부가 관리하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즉 민감한 정보가 외부 제3자 서비스로 넘어가 통제 밖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다.
개인정보 식별 정보 탐지 기능 내장
Poppy에는 “개인 식별 정보(PII) 및 기타 민감 정보를 탐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이 메커니즘은 입력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식별자나 보호 대상 데이터를 모델로 전송되기 전에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상적으로 민원·행정 기록을 다루는 공공기관에서는 특히 민감한 기능이다.
공공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는다
CDT는 결정적인 보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모델 학습 없음.” Poppy에 입력된 데이터는 기반 모델의 추가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에서는 종종 빠져 있는 이 조항은, 행정 정보가 간접적으로라도 파운데이션 모델의 파라미터에 스며들 수 있는 주요 경로를 차단한다.
전면 도입 전 대규모 시범 운영
이번 전면 도입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CDT에 따르면 2025년 9월 29일부터 진행된 시범 운영에는 67개 부서에 걸친 2,800명 이상의 공공부문 직원이 참여해 도구를 검증하고 피드백을 제공했다. 실제 환경에서 폭넓게 시험한 뒤 배포하는 이 방식은, 사전 검증 없이 대규모 채택을 선언하는 사례와 대비된다. 또한 이는 이 도구의 사무 행정 중심 포지셔닝을 설명해준다. 기술의 상향식 약속이 아니라 실제 직원들의 사용 방식이 범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Poppy와 Anthropic 계약은 구분해야 한다
다만 최근 캘리포니아 관련 뉴스에서는 구분해야 할 두 가지 발표가 함께 언급됐다. 2026년 6월 29일, Newsom 주지사는 Anthropic과의 ‘최초’ 파트너십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주정부 기관과 지방정부는 할인된 50% 가격으로 Claude에 접근할 수 있고, 교육 및 기술 지원도 함께 제공받는다. 이 파트너십은 DMV의 고객 응대, Medicaid 관련 내부 업무 흐름, CDT와 CalOES의 사이버 방어 등 구체적 적용 사례도 포함한다.
반면 Poppy는 “Anthropic의 어시스턴트”와는 다르다. Poppy는 여러 공급업체를 아우르는 주 정부 플랫폼이며, Claude 역시 이용 가능한 모델 중 하나일 뿐이다(물론 개발 과정에는 다른 모델들과 함께 활용됐다). 이 둘을 혼동하면 중요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 바로 Poppy의 agnostic한 특성이 캘리포니아를 단일 벤더 종속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점이다. 한편에는 유리한 공급업체 계약이, 다른 한편에는 중립적이고 주권적인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 두 논리는 공존하지만 서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와 유럽 행정기관을 위한 시사점
캘리포니아 사례는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RGPD와 AI Act가 각각의 규제 요건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유럽 행정기관이 직원용 AI 도구를 검토하는 지금, 이 사례는 유용한 해석 틀을 제공한다.
우선 공급업체 중립성이다. 여러 모델에 공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층을 구축함으로써, 캘리포니아는 독점적 종속을 피하고 시간이 지나도 공급사 간 선택권을 유지한다. 다음은 데이터 통제다. 통제된 환경에 서비스를 호스팅하고, 개인정보를 필터링하며, 계약상 재학습을 배제하는 방식은 유럽의 데이터 처리 책임자가 요구해야 할 조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마지막은 방법론이다. 충분히 큰 규모의 파일럿을 문서화한 뒤 배포하고, AI의 역할을 의사결정 자동화가 아닌 보조 도구로 명확히 규정하는 접근이다.
이 원칙들 가운데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캘리포니아는 인구 약 4천만 명 규모의 주 전체에서, 수만 명의 직원이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 안에 이 원칙들을 결합해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몇 달 안에 공공부문 직원용 AI를 도입하려는 유럽의 행정기관들은 이제 9개월의 시범 운영, 2,800명의 테스터, 그리고 문서화된 계약상 보장을 갖춘 선례를 참고할 수 있게 됐다.
